유아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것

6주년사진

아이들은 귀엽다. 특히 잠잘 때 그렇다. 솔직히 잠잘 때만 겨우 귀여운 경우도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처음부터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겠다고 마음먹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아이에게 함부로 하는 부모조차 다른 사람이 자기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한다면 그냥 참고 넘어가지 못한다. 어찌 보면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가장 심한 말을 하고, 사랑하기에 서로 상처를 준다.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주 단순한 진실이 있다. 아이들은 말을 안 듣기 마련이라는 것. 옳고 그름도 모르고, 길게 바라보고 생각할 줄도 모르지만 아이도 한 인간인 이상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 부모는 말을 안 듣기 마련인 아이를 상처를 최소화하며 끌고 갈 의무가 있다. 그러니 어렵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떼를 쓰고 말을 안 들으면 부모는 쉽게 말한다.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지금은 사라진 존재지만 큰 망태기를 등에 지고 다니면서 폐품들을 주워 가던 할아버지가 있던 시절,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는 정말 두려웠다. 그게 사실일 리 없다는 의문을 가질 즈음 부모는 힘을 잃었고 나는 조금 철이 들었다. 박연철의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우리 전통 속 이야기를 끌어들여 말 안 듣는 아이와 부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림책은 첫 장면부터 만만치 않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환상 속의 세계가 아이들을 긴장시킨다. 새장에 갇힌 아이, 입을 실로 꿰맨 아이. 박연철은 콜라주와 판화 기법으로 망태 할아버지라는 대상이 지닌 공포를 더욱 자극한다. 팔다리와 얼굴은 환상 속이기에 마음대로 길어지고 커진다. 그러나 그 내용만큼은 매우 현실적이다.

아이들이 볼 때 모든 기준은 부모 마음대로다. 게다가 부모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판단한다. 아이도 이유가 있는데 그냥 거짓말쟁이로 몰고, 맛난 사탕을 두고 굳이 밥을 먹으라 한다. 자기는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에게는 일찍 자라고 성화다. 그걸 부당하다고 따지려 하면 부모는 협박한다. “자꾸 그러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저항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두려움의 본질은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부모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불안이다. 아이 마음엔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억누르는 부모에 대한 미움이 한편에 있고 그런 미움 때문에 부모가 날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한편에 있다. 그 두려움은 아이에겐 현실적이다. 두려움을 내면에 담아두기에 아이의 마음은 아직 너무 약하다. 그래서 때론 밖으로 던지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떼를 쓰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잔뜩 겁을 먹기도 한다. 그것이 부모를 오히려 힘들게 하지만 자기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억지로 참고 부모의 말을 받아들인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엄마와 싸우고 잠에 들며 망태 할아버지가 두려운 아이. ‘너 잡으러 왔다’는 말에 놀라지만 잡혀가는 사람은 엄마다. 그래 엄마가 거짓말쟁이이고, 엄마가 나쁘다. 내가 나쁜 게 아니다. 이 장면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뜨끔하지 않은 부모는 얼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다음 장면에 또 하나의 반전이 있다. 이건 모두 꿈이다. 악몽에서 깨어 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달려온다. 그리고 서로 화해한다.

아무리 부모가 미워도 부모는 아이에게 절대적이다. 아이는 부모를 미워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로 생각은 다르지만 조금씩 부모를 받아들이며 아이는 자란다. 그때 부모가 일방적이지 않다면 아이에겐 행운이다. 강렬한 공포심,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 불안감 없이도 부모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망태 할아버지가 없더라도 아이는 착한 아이가 될 수 있다. 그 착한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 편한 아이는 아닐지 모른다. 아이는 의자도 침대도 내 옷도 아니다. 편한 것이 어찌 좋은 것이겠는가? 박연철 지음/시공주니어·9500원.

Part 1 도깨비 전화, 그게 뭔데?
말을 잘 안 들을 때, 잠을 안 잘 때, 이를 안 닦을 때, 주변을 한껏 어질러놓고 치우지 않을 때, 목욕을 안 하려고 할 때, 밥을 먹지 않을 때. 모두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 지수가 급상승하는 ‘육아 전쟁’ 상황이다.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도깨비 전화’ 앱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말을 잘 듣도록 극약 처방을 해준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시키면 상황별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각 메뉴에 따라 도깨비, 처녀귀신, 마녀 등의 그림이 뜨면서 마치 진짜 그들이 전화를 걸어온 것처럼 벨이 울린다. 통화 버튼을 누르면 목소리가 흘러나와 어린 아이들 은 실제 전화 통화로 착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전화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꽤 무섭다. 그대로 소개해보면 이런 식이다. 말을 잘 안 들을 때를 누르면 도깨비로부터 전화가 오고, 도깨비가 “이놈! 말을 안 들으면 뜨거운 물에 삶아 먹겠다”, “말을 안 들으면 도깨비를 많이 데리고 집으로 찾아간다” 등 으스스한 분위기의 목소리와 대사가 주를 이룬다. 보통 이 앱은 아직 어린 유아기 아이들에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전화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아이는 다음부터는 전화를 거는 시늉만 해도 거짓말처럼 얌전해진다며 추천하는 후기가 속출했다. 물론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미안했다는 후기도 그만큼 많다.
이 앱은 KBS-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이 딸 사랑이에게 사용하면서 부모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던 사랑이는 전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도깨비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광경 이었다. 일본에서 개발한 이 훈육용 앱은 한국판으로도 출시돼 국내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는데, 최근까지도 이 앱의 사용 여부를 두고 많은 부모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만 사용하는 건 괜찮을 것 같다”라는 부모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무서워 하니 후회됐다”라는 목소리도 많다.

Part 2 전문가에게 듣는 가이드라인
Q 아이에게 사용해도 괜찮을까?
사용하지 않는 쪽을 권한다. 보통 이런 앱은 만 2~5세경의 유아기 아이들에게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현실적인 사고 능력이 없어 그대로 믿어버리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공포심을 자주 느끼는 나이다. 부모가 일부러 겁을 주지 않아도 정서적 측면에서 공포심을 확대해서 느낄 수 있는 시기라는 의미다. 이런 연령대별 특징을 고려하면 아이의 행동을 교정한다는 목적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법을 쓰는 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훈육 방법이다.

Q 사용해봤는데 아이가 무척 무서워했다. 어떤 영향이 있을까?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환상과 현실을 가끔 혼동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 있지도 않은 도깨비, 마녀 등을 자꾸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면 아이가 현실적인 사고력을 키워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만일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이미 ‘현실에 도깨비가 없다’라는 것을 안다. 초등학생에게는 도깨비 전화 앱을 보여준다 해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도깨비가 있나 보다’라고 비현실적인 사고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성장 발달에 해로운 공포심만 증가시키고, 꼭 필요한 현실감은 떨어뜨리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의 앱을 보여주면 극도의 공포심 때문에 하던 행동을 일시적으로 멈추긴 하지만 진정한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만 2~5세는 자기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불안정한 것이 자연스러운 시기다.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훈육법을 실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Q 부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대안이 있다면?
1 떼쓰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3단계 방법
먼저 아이 마음속 욕구를 알아줘야 한다. “~하고 싶었구나” 하는 식으로 읽어주면 좋다. 그 다음에는 아이에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 만일 안 되는 행동을 아이가 하려고 한다면 왜 안 되는지도 간결하게 알려준다. 여기에서 그치는 부모들도 많은데, 이후에 반드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대안을 선택하는 것보다 아이가 대안 중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는 최대한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떼쓰기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2 동화책 활용하기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동화 속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동기부여의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치원생용 인성 동화가 많이 나와 있으니 아이가 주로 떼를 쓰는 상황에 맞춰 비슷한 주제의 동화책을 보여주자.
3 모델링 보여주기
아이가 어떤 일을 하기 싫어한다면 부모가 먼저 시범을 보이는 훈육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양치하기를 싫어한다면 부모가 먼저 양치질의 모델링을 보여주면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분위기에서 닦는’ 상황을 시도해본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닦는다’는 점에서 협조도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떼쓰기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면 이 방법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4 위의 방법으로도 안 된다면
물론 이런 방법들도 소용없는 ‘떼쓰기 대장’ 아이들도 극소수 존재한다. 그런 아이들에 한해서는 “경찰 아저씨는 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질문함으로써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정도로 훈육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Tip 말 안 듣는 아이에게 지칠 때 부모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질문
1 나는 온도계일까, 온도 조절 장치일까?
아이가 떼를 쓰고 짜증을 낼 때마다 그런 행동 자체에 화가 나고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해야지라는 조급한 기분이 든다면 온도계 같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도 ‘저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욕구, 감정이 뭘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공감할 준비가 된 부모다. 이럴 때 부모가 아이에게 적절하게 공감하는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아이의 감정 온도를 낮춰주는 온도 조절 장치가 돼줄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알아채주고 공감하는 말을 해주면 아이는 화, 짜증, 억울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다.
2 나는 구멍을 보고 있나, 도넛을 보고 있나?
떼쓰기, 화, 짜증 등의 행동은 아이가 가진 다양한 특성 중 일부다. 도넛 중에서 구멍이란 뜻이다. 그런데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불평한다고 그 행동 자체에 몰입해 빨리 행동을 교정하려고만 하면 부모는 아이를 자꾸 설득하고 장황하게 훈계하게 된다. 아이 전체가 아닌 구멍만 보고 판단하는 격이다. 자녀에 대해 ‘내 아이는 늘 불평하고 화를 잘 내는 애야’, ‘칭찬해줄 일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부모 역시 자녀의 두드러진 문제점만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아이의 장점, 능력 등 다른 면들까지 함께 봐줄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Profile 유재령 선생님은…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과 한국놀이치료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숙명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떼쓰는 아이 키우기」(공저) 등이 있으며, EBS-TV ‘60분 부모’, ‘아이의 사생활 2탄’, ‘직업의 세계’, KBS-2TV ’빅마마’ 등에 출연해 부모와 자녀 관계 및 육아 자문을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박미란 씨(37)는 평소에 “그러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박 씨는 “아이가 잘못한 행동을 즉시 멈춰서 그런 말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에게 경고와 위협을 가하는 이런 말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혜원 서경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잠재의식에서 부모에 대해 실망이나 분노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유아 교육에 도움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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