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신문 선교 칼럼4

다시 034

폴레폴레 (천천히 천천히)

아프리카에서 살면서 적응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속도였다. 한국인의 빠른 판단과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진행속도로 또한 급한 성격으로 살다보니 천천히 행동하고 이루어지는 아프리카의 삶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은행 계좌를 여는데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전화 신청을 한지 6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전화국에 찾아가니 곧 된다고 기다리라고만 한다. 답답한 마음으로 선배 선교사님들 모임에서 하소연을 했더니 옆에 계신 선교사님께서 “난 10개월 기다려서 됐어!”라고 하시자 옆에 계시던 선교사님께서 “내가 아는 선교사는 1년 넘게 기다리다가 안 나와서 탄자니아로 사역지를 옮겼어”.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를 외치고 급하게 살던 한국인으로써 기다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였다.
하루는 책상이 필요해서 책상을 만드는 거리의 가구점으로 책상을 주문하러 갔다. 현지인들이 재정이 넉넉지 않아서 만들어진 책상이 없고, 책상 값 반을 먼저 주면 그 돈으로 재료를 사서 만들어준다고 했다. 기간은 1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분명히 그 시간까지 안 될 것을 예상하고 1주일 뒤에 찾아 갔더니 반도 완성이 안됐다. 1주일 연장을 해서 다음 주에 또 찾아갔지만 그 때 까지도 완성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1주일을 더 기다리겠다고 하고 3주 만에, 싣고 올 차까지 빌려서 찾아 갔다. 그런데도 완성이 되지 않아서 화가 났다. 하지만 꼭 참고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약속을 지켜야 하지 하고 따졌더니, 그 옆집의 목수가 “뭘 그리 늦었다고 그래. 더 기다리면 되지!”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자 갑자기 화가 나서“뭐라고?” 하면서 큰소리를 치면서 옆에 있는 문짝을 주먹으로 “꽝”하고 쳤다. 순간 화가 나서 참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집에 오니 새끼손가락이 붇기 시작하더니 아파 오기 시작했다.
마침 침을 놓는 선교사님이 계셔서 찾아가 침을 맞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선교사님께서 손을 만져 보시더니 갑자기 새끼손가락을 잡아 빼셨다. 손가락이 화를 내면서 옆 문짝을 때릴 때 비껴 빠져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 후에 제대로 자리를 찾았는지 아픔이 떠나갔다. 그 날 밤 주님 앞에 정말 죄송했다. 26살 젊은 나이의 급한 혈기가 이렇게 실수를 하게 했지만 선교사로 왔는데 그 모습이 주님 앞에 창피하였다.
아프리카 말 스와힐리어에 “하라까 하라까 하이나, 바라까 폴레폴레 이나 바라까!”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빨리 빨리는 축복이 없고, 천천히 천천히는 축복이야!” 라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문화와 그들의 세계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말이다. 내 생각, 한국적 사고와 세계관이 옳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문화와 세계관이 잘못 됐다는 잘못된 내 생각을 주님께서 이 사건을 통해 깨닫게 하셨다. 때론 빨리 빨리 보다는 폴레폴레(천천히, 천천히)가 우리에게 축복이 되는 것이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급하게 갈 수 있었던 선교사역의 시작을 하나님께서는 천천히 가르쳐 주셨다. 천천히 가는 길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보게 하고 경험하게 하니 그 것이 때론 큰 축복이다.

[김시동 목사 / 세계를 품은교회 / 778-887-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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